일본 에도시대 쌀 거래로 큰 부를 축적한 혼마 무네히사(本間宗久)는 '거래의 신'으로 불립니다. 그는 그의 책에서 캔들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캔들 형태에 특별한 느낌을 가지지 않은 채 해석이나 일 벌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캔들 위에 시선을 멈추고 좀 더 오래 숨을 길게 내쉬면서 지긋이 바라볼 일이다. 그리고 캔들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떠올리고 생각에 잠기듯 캔들의 내면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
차트를 보고 매매를 하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도 캔들의 의미와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 글을 읽는다면 캔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진지 해질거라 확신합니다. 진지 해지면 신중해지고 신중해지면 분명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촛불 하나에 담긴 전쟁의 흐름을 읽는 법
너무나 유명한 삼국지의 적벽대전, 수십만 대군을 이끌고 남하한 조조의 위세에 천하가 숨을 죽였습니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 신세였죠. 모두가 절망에 빠져있을 때, 제갈량은 홀로 강가를 거닐며 하늘과 바람의 미세한 변화를 읽고 있었습니다. 그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조조의 대군을 불태울 '동남풍'이라는 단 하나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병법서 《손자병법(孫子兵法)》은 말합니다. “고선전자, 구지어세, 부책어인(故善戰者, 求之於勢, 不責於人)”. 이는 ‘싸움을 잘하는 자는 병사 개개인의 능력에 의존하기보다, 전장의 기세와 흐름(勢)을 파악하고 그것을 이용할 줄 안다’는 뜻입니다. 수많은 병사의 함성보다, 고요한 바람의 방향이 승패를 결정짓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간파한 것이죠.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주식 시장의 붉고 푸른 막대, 즉 ‘캔들’ 하나하나는 바로 이 전장의 기세와 같습니다. 수많은 투자자들의 희망과 절망, 아우성과 탄식, 삶과 죽음이 응축된 그날 하루의 역사입니다. 당신은 혹시 이 캔들을 그저 상승과 하락의 모습으로만 보고 계시지 않으셨나요? 만약 그랬다면, 당신은 제갈량이 읽어냈던 '동남풍'을 눈앞에서 놓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캔들, 그 치열했던 하루의 전투 기록
자, 여기 길고 긴 하락 추세의 끝자락에서 나타난 하나의 캔들이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아래쪽으로 길게 꼬리를 단 ‘망치형 캔들’입니다. 무심코 보면 그저 ‘가격이 좀 올랐나 보네’ 하고 넘어갈 수 있겠죠. 하지만 우리는 이제 이 캔들의 내면으로, 그 치열했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볼 것입니다.
1. 개전(開戰) - 시가(始價): 절망의 시작
그날 아침, 시장은 여전히 공포에 휩싸여 있습니다. 전날의 하락세가 이어지며 주가는 약하게 시작합니다. 매도 세력(조조 군)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하고, 매수 세력(연합군)은 감히 고개조차 들지 못합니다.
2. 격전(激戰) - 저가(低價): 공포의 절정
매도 세력의 총공세가 시작됩니다. 그들은 주가를 미친 듯이 아래로 밀어붙입니다. 공포에 질린 개인 투자자들은 손절매 물량을 쏟아내고, 주가는 끝 모를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 보입니다. 바로 이 지점이 캔들의 가장 긴 아래 꼬리가 시작되는 부분이며, 사람들의 탄식과 아우성이 가장 크게 울려 퍼지는 순간입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되는 바로 그 순간.
3. 반격(反擊) - 종가(終價)를 향한 움직임: 숨겨진 영웅의 등장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이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누군가가 조용히 물량을 받아내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이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싸다고 판단한 '현명한 투자자'들입니다. 처음에는 미미했던 매수세가 점점 힘을 얻기 시작하고, 매도 세력의 기세가 한풀 꺾입니다. 마치 적벽에서 동남풍이 불기 시작한 것처럼, 전장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뀌는 것입니다. 매수 세력은 맹렬하게 반격하며 주가를 다시 시가 근처까지 밀어 올립니다.
4. 종전(終戰) - 종가(終價): 새로운 희망의 씨앗
마침내 장이 마감됩니다. 주가는 아침에 시작했던 가격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에서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엄청난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매도 세력은 온 힘을 다해 공격했지만 결국 점령지를 지키지 못하고 물러났으며, 매수 세력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방어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강력한 힘을 과시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망치형 캔들'의 내면입니다. 단순히 가격이 오르내린 기록이 아니라, 공포를 이겨낸 용기와 흐름을 뒤바꾼 거대한 힘의 변곡점인 것입니다. 이 캔들을 보며 하루 동안의 전투를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는 투자자만이, 다음 날 떠오를 반격의 태양을 맞이할 자격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클라이맥스, 즉 캔들 하나가 시장의 거대한 전환점이 되는 놀라운 순간입니다.
꾸준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물론, 캔들 하나를 깊이 이해했다고 해서 모든 투자가 성공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제갈량이 동남풍과 함께 화공(火攻)을 준비했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몇 가지 중첩된 정보와 계획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캔들의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매일 밤, 그날의 캔들을 띄워놓고 그 안에 담긴 하루 동안의 전투를 복기(復棋)하는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캔들이 당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제갈량이 그러했듯, 촛불 하나에서 '동남풍'을 읽어내야 합니다. 《손자병법》이 말한 '구지어세(求之於勢)', 즉 기세의 흐름을 파악하는 지혜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모니터 위, 고요하게 빛나고 있는 바로 저 캔들 하나에 천하의 흐름을 바꿀 바람이 숨 쉬고 있습니다. 이제 그 바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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